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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고 (씹어보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불편한 진실


미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미니트맨3미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미니트맨3



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연기


미국에서 이번주로 예정되어있던 미니트맨3 발사 실험을 다음달로 연기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유로는 'ICBM 실험이 북한의 ‘오판’을 초래하거나, 한반도 위기가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그간 연일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정이다. 한편, 지난 4일에는 북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동해 배치 징후에 괌에 MD(최첨단 미사일방어체계)를 대응 배치할 것을 밝힌 바 있기도 하다.


대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뭐길래 실제 사용도 아닌 발사실험 만으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배치 징후 만으로 1개 포대당 8억달러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MD시스템을 '시급히'배치하는 걸까?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뭐길래?'



이런 장치 영화에서 많이 보셨을듯이런 장치 영화에서 많이 보셨을듯



태평양에서 발사된 대륙간 탄도미사일, 미션임파서블4태평양에서 발사된 대륙간 탄도미사일, 미션임파서블4



악당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미사일 발사버튼을 누르자 격납고가 열리며 거대한 미사일이 치솟아 오르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패닉에 빠진다. (물론 주인공의 활약으로 미사일은 중간에 제거되지만.) 007시리즈, 미션임파서블등 각종 헐리우드 액션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 장면이, 바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등장이다.


정확히는 '5,000km 이상의 사정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로, 메가톤급의 핵탄두를 장착'(두산백과사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미국에서 실험 예정이었던 미니트맨3의 경우 사정거리 13,000km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말 발사에 성공한 북한의 은하3호 역시 최대 13,000km까지 날아 갈 수 있는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전 세계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중국, 프랑스,러시아,영국,인도,이스라엘,북한 등 8개 나라에 불과하다.



'최종병기 대륙간 탄도 탄도미사일'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최종병기라 불리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념도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념도



우선, 앞서도 말했던 것 처럼 긴 사정거리를 이용해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지구 반대편으로 미사일을 날려 보낼수 있다는 점이다. 태평양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평양에 다다르는데는 30분이면 족하다.


지구의 둘레가 약 4만km인 점을 감안했을때, 최대 15000km에 달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지역으로 날려보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반면에, 한번 발사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막을 방도는 사실상 없다. (미국이 자랑하는 MD시스템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막을 수 있을지는 사실 미국도 모른다, 오로지 신 만이 알 듯)


또한, 북한에서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까지 거리가 1만700km이며 시카고 1만km, 샌프란시스코 8천600km, 앵커리지 5천600km, 호놀룰루 7천100km 등을 감안했을 때, 사정거리 13000km인 미니트맨과 은하3호는 서로의 본토를 겨누고 있는 현실이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무서운 보다 큰 이유는, 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단순히 건물 하나 공격하려고 이런 먼 거리를 날아가지는 않을 것이므로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핵탄두를 장착하고 발사된 대륙간 탄도미사일, 만화 갓오브 하이스쿨핵탄두를 장착하고 발사된 대륙간 탄도미사일, 만화 갓오브 하이스쿨



실제로, 미니트맨3의 경우 히로시마 핵폭발의 22배에 해당하는 335킬로톤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으며, 알려지진 않았지만, 은하3호에도 핵탄두가 탑재가능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이들중 하나가 핵탄두를 실은 채 어딘가에 떨어진다면... 그 결과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북의 미사일 배치 만으로 미국이 호들갑을 떨게 되고, 미국의 미사일 실험 자체가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핵심은 힘에 의한 전쟁억제


피스파커피스파커

하지만,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실질적인 용도는 상대에 대한 무력압박을 통해 무력을 막겠다는 의미의 전쟁억제수단에 가깝다.


'우리를 공격 할 경우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통해 보복을 가할 것이니 우리를 공격할 생각은 하지 않은게 좋다'라는 의미인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미니트맨 이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평화수호자'라는 뜻의 '피스키퍼'였다.





북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북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보유가 '자위적 전쟁억제력' 혹은 '물리적 억제력'의 수단임을 수차례 밝혔으며, 은하3호를 발사한 직후인 지난 12월 29일에도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총참모장의 발언이 있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선제공격시 '무자비한 타격'을 가할것이라고 보복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최종병기'라는 얼굴을 가지고 '전쟁억제'라는 양면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말그대로,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라는 가장 끔찍한 공포에 평화를 맡기는 역설이 현재 북미 전쟁억제의 진실인 것이다.



나쁜 평화? 전쟁보다 낫다!



하지만, '역사상 좋은 전쟁이란 없으며, 따라서 나쁜 평화란 없다'고 했던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그 어떤 전쟁보다 좋은 것이 바로 평화이다. 설사 그것이 전쟁무기에 의한 전쟁억제라 하더라도 말이다.



서울신문, 백무현화백, 2010.11.29서울신문, 백무현화백, 2010.11.29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최종병기’라는 본연의 임무가 아닌, ‘피스키퍼’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쟁억제 보조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오고 있는 셈이다.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갈수록 고조되는 북미 전쟁위기속에 아무쪼록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최종병기’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일이 없이 언제까지나 ‘전쟁억제’장치로서의 보조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기를,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억제할 강력한 수단으로 존재하기를 바랄 뿐이다.